‘풍운의 정치인’ 박주선 (朴柱宣.58)전 의원이 제18대 총선에서 호남 정치 1번지인 광주 동구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됨으로써 이순(耳順)을 앞두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 18대 총선 광주 동구에 출마한 박주선  당선자가 당선 확정 소식을 듣고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이학수

정치권에서는 ‘풍운아’라고 불리는 박 전 의원은 9일 실시된 총선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3명의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호남 정치 종갓집'의 새 주연으로 우뚝 섰다.

그의 '인생 59년'은 드라마틱한 삶과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의 연속이었다.

‘차기 검찰총장감, DJ정부 개혁실세, 호남의 차세대 리더’라는 영광을 누렸지만, ‘세번의 구속,세번의 무죄’라는 사법사상 유례없는 수난을 당하는 등 1998년 DJ정부 출범 이후 영광과 시련을 거듭하며 '100년 같은 10년'을 보낸 스스로도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고 말할 정도다.

박 당선자는 달걀 행상을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고, 서러운"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어머니가 피를 뽑아 마련한 입학금으로 눈물겨운 배움의 길을 이어가며 "불쌍한 사람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학업에 매진했다.

고진감래 끝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그는 1974년 제16회 사법고시에 당당히 수석 합격한 뒤 비로소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또 울었다.

초임시절부터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지목받은 그는 대검 중수부, 서울지검 특수부, 대검 수사기획관 등 중요 보직을 독차지하고, '이철희.장영자 사건' 등 대형 사건을 도맡으며 명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15대 대선을 앞두고는 'DJ 비자금' 사건의 수사 유보에 결정적 역할을 해 50년만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런 그의 운명은 DJ 정부 출범 후 청와대로 입성하면서부터 갈렸다. 청와대 근무시절 대통령이 보낸 홍삼 선물을 되돌려 보낼 만큼 청렴과 강직함을 유지했던 그였지만, DJ가 "나와 함께 역사를 쓸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호남의 인재'였지만,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옷로비 사건'에 억울하게 휘말리면서 투옥되는 시련을 맞았다.

결국 무죄로 풀려난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아성인 화순.보성에 무소속으로 나서 '출마 선언 37일만에 압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내며 보란 듯 부활한 뒤 '최우수 의원', '3선급 초선',‘호남의 차세대 유망주‘로 불리며 집권 여당의 주역으로 제 2의 인생을 걷는다.

하지만 16대 국회 말미 '나라종금 사건'(2003년)과 '현대 비자금 사건'(2004년)에 연루돼 2번의 옥고를 더 치른 뒤 무죄를 받음으로써 '3번 구속, 3번 무죄'라는 국내 사법 사상 초유의 정치적 탄압을 받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수감기간만 336일. 두번째와 세번째 수난을 당하는 사이 선거구(화순.보성)마저 통폐합된 상황에서 2004년 이를 악물고 17대 총선(고흥.보성)에 옥중 출마했으나 애석하게 낙선했다. 낙선 후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화병으로 관상동맥이 막혀 대수술 끝에 살아났다. 

특히 그는 17대 총선 당시 우리나라 선거사상 최초로 ‘옥중출마’후보자의 유권자 상대 옥중TV연설 방송을 하기도 했다.
 
박 당선자는 2006년 5.31 선거에서 전남지사 경선준비 도중 당시 민주당의 당명에 따라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취약한 기반 탓에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숱한 고난 끝에 그는 지난해 박광태 광주시장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소위 '도원결의'를 계기로 광주 정치 1번지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역경끝에 이날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힘찬 부활의 날개짓을 했다.

‘인고의 터널’을 지나 승리자가 된 박 당선자는 당선 직후 “호남 정치 1번지인 광주 동구의 명예, 그리고 호남의 자존심을 걸고 5년 후에 반드시 정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강력한 대안야당 건설에 온 몸을 던지겠다”며 “동구가 도심공동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고 특별법 제정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