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선 칼럼니스트

세계 1차대전이 끝나고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될 때 그러니까 그때가 1919년이었습니다.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베르사유 조약을 체결케 한 장본인이었습니다. 독일에겐 불리했었지만 어쨌든 이 조약을 가까스로 체결하게 됩니다.

이때 조약은 원래 하던 대로 프랑스어로 적게 되었는데 이 미국 대통령은 영어로도 조약을 적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습니다. 이때부터 영어가 외교, 경제, 언론까지 영향을 주었고 전 세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떠오른 유일한 대안이 되었으니까요.

오늘날 미국은 정치, 경제 및 군사적인 제국주의의 성향을 드러냄으로 인해 많은 세계시민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는 반면 문화 제국주의란 원성은 보다 뒤늦게 부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모든 세계 사람들에게 빠르게 흡수될 수밖에 없었고 다른 대안이 없었던 때문입니다.

세계의 많은 고유 문화들은 영어의 파급과 함께 하찮게 여겨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자국의 가요보다 팝송이 더 나아 보였고 할리우드 영화가 더 멋있어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언어전쟁"을 드러내 놓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영어 외에 세계 모든 민족들이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있기라도 한 걸까요? 사실 없습니다. 다시 거스르고 싶어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영어의 파급은 보이지 않게 진행되었고 이제는 세계의 초등학생 60%가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어 문화의 강성을 의미하며 언어적 지배를 통해 문화적 획일성이 예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세계인은 20억입니다. 다음으로 프랑스어가 강성이지만 잘해야 5억에 불과합니다. 프랑스인들은 자존심이 강하지만 반면 팝과 영어 문화 전파의 전도사역할을 자청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입니다.

영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므로 결국 세계인들은 영어로 된 문서를 획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자신이 읽은 문서를 기반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들을 여태껏 해 왔습니다.

그리고 누가 다른 생각을 얘기하면 되지도 않는 생각이라고 일축합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우리 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착각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명 그들은 우리보다 많은 것을 가졌고 우리가 참고하는 많은 서적들도 영어의 산물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것으로 말하고 우리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가 아니고서는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쨌든 세계는 영어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오늘 영어로 매뉴얼이나 문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영어를 공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오픈해야 할 것입니다. 혹 누가 알고 있다는 지식과 경험도 사실 미국인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었던 STC(미국기술의사소통협회) 워크샵에서 난 그들의 저력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모여서 세계를 경영하기 위한 전략을 시험하고 있었습니다. 알고 싶은 사람들은 질문을 했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사례를 들어 성의껏 대답해 주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멋지게 설명하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발제자(Speaker)보다 더 나은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고 신랄한 비판도 가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나은 것이 나올 게 분명합니다.

그들은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영어를 세계의 공통어로 만들었던 것은 40년, 50년 앞을 내다보고 짠 전략을 통해 서서이 진행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방심한 사이 과학과 기술의 산물을 대중에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하는 영역인 기술 문서(Technical Writting) 및 번역시장(Localisation)도 미국에 적을 둔 다국적기업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아마 이미 피해를 본 업체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는 대비해야만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문서작업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이들은 노출된 한국의 기술전도사(Technical Communicator) 1세대라고 명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여서 의논하고 우리가 모르는 것을 정리하며 알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만 합니다.

이제 우리 한국에도 KTCA(Korea Technical Communications Association)의 본격 등장은 모두가 이런 일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궤변을 가지고 있었던 자들이 있었다면 공개된 석상에서 주장을 검증해야 합니다.

차후 그들은 더 나은 인재로 변모할 게 분명합니다.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때 토종이 이끄는 기술소통(Technical Communications) 세상이 한국에 마침내 열리게 될 것입니다.

 
◇ 최형선 프로필

- 現 ‘Tesco’ technical writer
- 現 KTCA 멘토
- Brooks Automation Software special writer
- 臺灣, 日本, 싱가폴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 하이닉스(Hynix)  반도체 자동화 프로젝트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