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위조달러를 제조·유통했다며 미국이 제시한 물증과 이에 맞서 북한의 강력 반발이 북핵 6자회담 불투명과 한-미 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꼬여가게 하고 있다. 그간 의혹으로 존재했던 북한 위폐 문제가 전면 수면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북미 양국 또한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휘몰아칠 것이 기정 사실화 될 것이어서 정면 대결 양상 조짐이 너무 역력하다.
 
미국은 이 중대 범죄를 절대 타협이나 협상의 도구로 삼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한국의 미온적인 처신은 국제사회에서 불신 가중과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무척 염려되는 대목으로 간주된다. 북한 위폐 파장의 심각성을 집중 입체 해부한다.<편집자주>
 
 
▽ 16년간 추적 끝 ‘북한 달러 위폐’ 최종확인 
 

▲ 온 천하에 드러난 북한의 위폐 범죄는 체제 몰락 가속화를 재촉할 것이다. © 브레이크뉴스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유통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온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 단속반의 대니얼 글라서 ‘테러단체 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 일행이 마카오를 경유 지난 21일 방한했다.
 
이들은 외교통상부에서 북미국과 북핵기획단 관계자와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방문해 북한과 위폐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 조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들통이 난 북한의 위폐 유통 및 돈세탁 관련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한 이전 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마카오와 홍콩을 찾은 단속반은 북한의 위폐 제조 및 유통, 돈세탁 혐의를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마카오는 북미 대립의 계기가 됐던 BDA 은행이  위치한 곳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16일에는 워싱턴에서 한국을 포함 40개국 외교관을 초청해 북한의 수퍼노트(초정밀 100달러 위조지폐) 불법 제조와 관련 비공개 브리핑을 가졌다. 그 결정적 증거로서 북한 외교관이 제3국의 은행에 위조지폐를 입금하는 장면뿐 아니라 위조에 사용된 스위스산 특수잉크와 프랑스 등에서 초정밀 인쇄기를 구입한 물증을 제시했다.
 
북한은 6개월마다 위폐의 결점을 치밀하게 보완하여 이제는 도저히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초정밀해진 내용도 설명에 부가되었다.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미국은 1989년 필리핀에서 처음 수퍼노트를 발견했는데 북한 관리의 외교 행랑에서였다.
 
미국은 결정적 증거 확보를 위해 16년간 끈질긴 추적 끝에 북한산 수퍼노트를 생생한 증거물과 함께 전 세계 외교관들에게 자신감 있게 폭로한 것이다. 이보다 3일 앞선 12월 13일 재무부 금융단속국은 미국 내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경고하는 권고문을 발송했다.
 
 
▽ 꼬리가 너무 길면 반드시 잡힌다 
 

▲ 100달러 짜리 초정밀 위조지폐를 유통한 혐의로 기소된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 숀 갈랜드 © 브레이크뉴스

미국은 지난 1989년 필리핀의 북한 관리 외교행랑에서 육안으로 진짜 달러와 식별이 극히 어려운 100달러 짜리 달러 지폐, 일명 수퍼노트(Supernote : 미국 사법 당국이 부르는 공식명칭은 C-14342)를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1990년대 들어 북한의 위조 화폐 물증이 심심지 않게 포착되었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외교적 우선 목표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여 간과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앞에서 예시한바, 미국 정부는 2005년 12월 16일 아일랜드 노동당 전 당수 숀 갈랜드와 관련된 각종 도청 및 사진 증거 자료 역시 제시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수사당국은 버밍햄의 환전소에서 알란 존스라는 좀도둑이 수퍼노트 10장을 환전한 사실이 확인되자 비밀 요원 2명을 이 조직에 은밀히 침투시켜 1년6개월 동안 도청을 통해 수퍼노트의 유통과정을 주도면밀하게 확인했다.(작전명 ‘말리’)
 
이미 이 사실은 2005년 10월 12일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되었는바, 일명 북한과 션 갈랜드 아일랜드(71) 노동당 당수간의 ‘위폐 커넥션’ 실상이다.
 
미국 정부는 동년 5월 17일 북한과 공모해 슈퍼 노트를 불법 유통시킨 혐의로 당시 숀 갈랜드 아일랜드 노동당 당수를 기소하고, 아일랜드 사법 당국에 대해 신병 인도를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기소장에 따르면, 갈랜드는 지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노동당 당수 자격으로 영국 등 유럽 각국을 방문하면서 참모들과 함께 북한 관리들에게서 최소 100만달러 이상의 슈퍼 노트를 매입했다. 또 이들이 유통시킨 슈퍼 노트 총액은 2천8백만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 영국 수사당국은 공조체제를 통해 북한산 수퍼노트(100달러 위폐)의 주요 공급처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임을 확인했다. 미-영 수사 당국은 북한 대사관과 숀 갈랜드 간에 수년간 교환한 팩스 내용까지 확보했다.

영국 BBC는 “주 러시아 북한대사관과 옛 KGB 요원들이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며 "1999년 6월 미국·영국·러시아 합동수사팀은 미행과 도청 등을 통해 숀 갈랜드와 북한대사관 사이 거래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하였다.
 
갈랜드는 위폐 운반책들과 함께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려 수퍼노트를 더블린과 버밍햄으로 가져가 이를 영국 파운드화나 달러로 교체하였다 한다.
 
 
▽ 북한 위폐 달러 '무수히 적발'

▲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 대배심 공소장. 위조 달러 출처가 북한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피터 브룩스 연구원은 북한이 위조한 미 달러화는 마카오 외에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동구권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으며 남미 2개국, 아프리카 1개국에서도 발견됐다고 전언한다. 더욱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위폐 거래는 상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 의회 리서치서비스는 99년 자료에서 북한은 매년 약 1,500만달러 어치의 위조지폐를 제조 유통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는 물론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암달러시장이 없으므로 주로 중국을 통해 거래할 것으로 보이고, 특히 중국 북부에서 유통된다면 조선족을 통해 한국에까지 유입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1월 23일 지목한 사례는 올해 4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중국에서 들여온 100달러 위조지폐 1,400장을 은행과 환전상을 통해 환전을 시도하려던 이모(49)씨를 적발한 사건을 말한다.

국내서 ‘슈퍼노트’가 대량 발견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전국적으로 ‘달러 모으기’ 운동이 펼쳐졌을 때다. 1997년 12월부터 1998년 8월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위조달러는 22만달러에 달했다.
 
이중 3만7천달러가 ‘슈퍼노트’로 북한이 태국 등에서 유통시키다 적발된 위조달러와 동일한 것이어서 크나 큰 충격을 주었다.
 
외국에서 적발된 대표적 사례를 조목조목 알아보기로 한다.

△ 초정밀 100달러권 위조지폐인 이른바 '슈퍼노트'가 2005년 3월 23일 돗토리현 사카이항에 입항한 북한 화물선 '리명수7'(181t급)에서 선장이 가져온 100달러 지폐 7천100장 가운데서 10장이 슈퍼노트로 확인됐다.

△ 1998년 4월에는 김정일의 비자금 담당서기인 길재경(2000년 사망)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위폐 3만불을 환전하다가 적발되었다. 당시 길재경은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무역참사부의 ‘리문무’라는 이름의 여권을 소지하고 자신을 끝까지 '리문무'라고 강변하였으나 후에 김정일의 금고지기인 길재경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 1997년에는 북한 선원이 슈퍼 노트 100만달러를 갖고 일본에 들어오다 체포되었다. 1996년은 북한의 위폐 유통이 여러 차례 적발된 해이다.
 
1996년 3월에는 일본 적군파 요원 다나카 요시미가 북한 외교관 김일수의 여권을 소지하고 캄보디아·태국 등지에서 ‘슈퍼 노트’ 300만 달러를 유통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같은 달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공관원이 위폐 80만 달러를 환전하려다 적발되어 추방되었다.

그 해 12월에는 몽골 울란바토르 주재 북한대사관 공관원 2명이 11만달러를 암시장에서 환전하다 적발돼 추방되었다. 다시 같은 달에는 루마니아 주재 북한 무역참사가 위폐 5만 달러를 환전하다 추방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북한 대사관 직원이 위폐 300만 달러를 갖고 있다 베트남 당국에 압수됐는데, 북한은 이것을 끝까지 ‘국유재산’이라고 주장해 결국 베트남 정부가 북한에 돌려주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 1995년 8월에는 일본의 한 기업인이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하고 결재 대금 1만달러를 받았는데 모두 위폐였다. 북한의 무역회사는 ‘몰랐다’고 답변했지만 100달러 짜리 100장 가운데 한 두 장이 섞인 것도 아니고 통째로 위폐였다는 것은 어떤 변명을 들이댄다 한들 소가 웃을 일이었을 것이다.

△ 1994년 6월 28일 밤, 마카오 경찰은 마카오 소재 ‘델타은행’을 통해 위폐 25만 달러를 환전한 혐의로 마카오인 2명과 북한인 16명을 긴급 체포하고, 북한 조광무역을 비롯한 마카오 주재 북한 무역업체 사무실과 숙소 등 12군데를 일제히 압수 수색했다. 이 수색에서 미환전 100달러짜리 위폐가 조광무역 사무실에서 발견되었다.

살펴보았는바, 북한 범죄정권의 수퍼노트 세탁과 유통과정 역시 용의주도했다. 레리 워챌(Wortzel)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 부소장은 "북한은 2001년 약 10억2,000만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위폐 제작에 손을 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대개 북한 외교관들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을 거쳐 해외공작을 한다. 그들은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사용할 경비로 수퍼노트 위폐를 지급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위조 달러와 진짜 달러를 1대1 비율로 지급 받는데 모든 외교관들이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다.
 
 
▽ 초정밀 슈퍼노트<C-14342>

▲ 미국은 16년간 추적 끝에 지난해 12월 16일 워싱턴에서 북한산 위폐 실상을 전 세계 외교관들에게 공개 폭로했다.  © 브레이크뉴스

미국은 2005년 12월 16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16년 동안 제조․유통시킨 100달러 위폐 사진과 실물을 여러 벌 공개했다. 너무 정교해 진짜와 구별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북한이 만든 100달러권은 어떤 위폐보다 정교해 '수퍼 노트'로 불린다. 이 수퍼노트는 육안으로는 쉽게 구별하기 힘들뿐 아니라 위폐 감식기마저 쉽사리 통과한다.

미국의 위폐 전문기관인 SS(SECRET SERVICE, 재무성 산하 비밀조사국)는 북한산 위폐를 수퍼-K나 최근 정밀도가 높아진 수퍼-X로 불려져 북한산 별칭까지 생겨났다. 지금 북한산 위폐의 공식 명칭은 C-14342로 붙여졌다.

이는 1970년 북한으로 망명했다 1996년 태국에서 체포된 일본 적군파 소속원이 위조달러 소지 및 유통 혐의로 검거됐을 당시 소지 위조달러의 시리얼 넘버가 ‘K’로 시작한 데서 유래한 이름. 미국은 북한이 1989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 조폐제조국의 화폐 디자인 변경에 발맞춰 최소한 19번 위폐 도안을 변경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왜 북한은 일백달러 위폐에 혈안이 된 것일까? 원가 대비 생산성이 높기 때문 아니었을까.예컨대, 1장 위조하는데 컬러복사비 1,000원을 들여서 1,000원권 지폐를 만들 바보는 없을 것이다. 이에 북한의 위조달러 태반이 ‘100달러’권이다.

조악한 수준의 일반 위조달러 제조는 국내외 전문위조단이나 심지어 일반인들까지도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슈퍼노트’는 사정이 판이하다. 고도로 정교한 과정을 거치기에 일개 개인이 도저히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국가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없이는 ‘슈퍼노트’ 제작 의미가 상실되는 것이다.

과연 북한의 달러 위폐는 어떤 노하우가 있기에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위폐를 만든 물증을 제시했는데,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특수 잉크인 스위스제 시변색(視變色) 잉크와 일본과 프랑스에서 제작한 정밀 화폐 인쇄기를 잇따라 대량 구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두 품목 다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오직 국가를 대상으로만 판매된다.

북한의 군사·사회 정세에 상세한 ‘에야 오사무’에 의하면, “북한은 노동당의 공작기관인 작전부의 관리 하에, 전문 위조 달러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공장은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서해의 한 섬에 있다고 한다.
 
북한산 수퍼노트 위폐에 대해서는 북한 평성 위폐제조창에서 일했던 탈북자들에 의해서도 여실히 폭로되었다. 탈북자 A씨의 증언을 들어본다. 
 

▲ 미 수사당국은 마카오 소재 북한 조광무역을 위조달러 유통의 온상지로 낙인찍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1984년 나는 북한 중앙당 간부와 장령(장성)의 신분증을 만드는 일을 했다. 북한에서는 신분증이 매우 중요하기에 위조를 하지 못하도록 특수하게 만든다. 그 무렵 중앙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이 전국의 인쇄 전문가를 모아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만들게 했다. 화폐 종이는 홍콩에서, 물감(잉크)은 일본에서 도입했다.”

“그러나 ‘오(誤)돈’이 너무 많이 나와 이 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 그리고 89년 다시 위조달러 제작을 시도했는데, 이때는 진짜 돈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위폐를 만들었다. 무역일꾼들은 이 위폐를 진폐와 섞어 감별 능력이 떨어지는 동남아 쪽으로 갖고 나가 사용했다.”

1996년에는 일본 마쓰무라사가 개발한 위폐 감식기(V-701) 수십 대를 구입, 위폐의 정밀도를 더욱 고무시켰다.

‘슈퍼노트’의 제작 과정을 좀더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한다.

지폐를 만드는 핵심기술은 이중에서 ‘요판(凹)인쇄’다. ‘슈퍼노트’(100달러)는 국가조폐기관만이 구입할 수 있는 대당 150억원 상당의 요판인쇄기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지폐를 만져보면 오돌토돌한 질감을 느끼는데 복사기나 스캐너, 프린터로 만들어낸 위폐가 금방 적발되는 까닭은 이러한 요판기술을 재현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1974년부터 위폐 제작용 초정밀 요판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요판인쇄기는 스위스·이탈리아의 합작회사 등에서 국가조폐기관의 주문에 의해 한정 생산된다. 미국 조폐국에서 사용 중인 스위스제 인쇄기계 ‘인텔리오 컬러 8’도 북한이 확보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따라서 지폐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요판 인쇄기는 ‘정부’ 차원에서만 거래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인쇄기가 국제사회에서 수출입이 되려면 상당히 복잡한 여러 단계의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북한은 국제 테러단체나 구동독, 러시아 마피아 범죄 조직 등을 통해 관련 기계를 일본과 독일로부터 구입했다고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전한다.

위폐를 만들려면 ‘잉크’ 또한 만만치 않다. 지폐를 인쇄하는 잉크는 변색을 막기 위한 특수성분이 들어있고, 특히 요판 인쇄에 사용되는 잉크는 속성으로 건조되기에 값이 비싸다. 이 역시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만 거래된다.

또한 인쇄기계는 지속적으로 수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프랑스 드라뤼사 기술팀이 그 나라를 방문해 애프터서비스를 대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지폐를 찍었는지 금방 판명이 난다고 한다.
 
드라뤼사에 따르면 북한과 이란만이 애프터서비스를 거부한 유일한 국가라고 밝히면서 “이란과 북한은 자력으로 기계를 보수하겠다며 소모품만 수입해 갔다”는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서울 주재 버시바우 대사가 12월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히틀러와 같은 범죄정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2차대전때 히틀러 정권은 베른하르트 비밀작전(Operation Bernhard)명 아래 영국 파운드 위조화폐를 제조해서 대량 유통시켰다. 위조 파운드화를 범람시켜 모자라는 전비를 조달하는 외에도 영국 경제를 극도의 혼란상을 유발시키는데 주 목적이 있었다.

1942년 히틀러 친위대 베른하르트 크루거 소령 지휘 아래 작센하우젠 정치범수용소의 142명 재소자들이 파운드화 위조작업에 투입되었다. 그들은 1945년 4월까지 무려 1억3천여만 파운드를 위조했다. 이 위폐도 북한산 수퍼노트처럼 진짜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 ‘북한 연루’ 금융권 본격 길들이기

▲ 북한의 달러 위폐는 전문가나 최신 감별기조차 식별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이다. © 브레이크뉴스

북한이 위조 달러 제조 및 유통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2005년 9월초 마카오를 거점으로 한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에 연계된 것으로 의혹이 짚은 아시아 은행들을 미국의 중앙정보부(CIA) 총괄하에 10여개 정보 수사 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강도 높게 조사중인 사실을 언론에 노출시킨 것은 절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2005년 9월 15일 북한이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해 위조달러를 유통시키고 마약 등 불법 대금을 세탁해왔다고 공식 발표함과 동시에 애국법 311조에 근거, 이 은행을 ‘돈세탁 우선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파문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미국 당국의 조치가 가져온 파장은 상상의 범위를 뛰어넘었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BDA와의 일체 거래를 중단하면서 BDA의 파산 우려가 제기되자 자금인출이 잇따랐고, 급기야 마카오 당국은 북한 계좌를 포함한 BDA의 모든 계좌를 동결했다.

미국은 아예 작심한 듯 북한의 비밀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중국의 중앙은행 '뱅크 오브 차이나'(중국은행) 홍콩지점에도 집요하게 압력을 행사했다.

중국은행은 조만간 주식을 공개하기 위해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또 다른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 린치 및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뿐 아니라 홍콩의 억만장자 리카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31억 달러 투자도 약속 받은 처지였기에 미국 측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김정일의 비밀계좌를 동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국제 범죄테러 조직과 연계해 슈퍼 노트를 대량 유통시키면서 핵물질까지도 북한이 국제 테러조직에게 팔아 넘길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를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은 대량살상무기를 확산 국가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은 물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원천 봉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북한 당국 급한 불끄기에 전전긍긍

▲ 제2차 세계대전때 히틀러 정권은 베른하르트 비밀작전명 아래 영국 파운드 위조화폐를 대량 유통시켰다. © 브레이크뉴스

워싱턴의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미국이 북한 위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여름부터다. 이미 상당한 성과를 축적해놓은 미국은 6자회담 진척이 신통치 않자 북한의 주요 외화 획득원 중 하나인 위폐 활동과 마약거래선을 본격 봉쇄하는데 과녁을 겨누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를 주도한 기구는 국무부 내에 설치된 ‘북한실무그룹’(NKWG)이다. NKWG는 북한을 비롯 이란, 시리아 등 국제적인 마약 밀거래와 불법 위폐, 불법 상표 조작에 나서는 국가들을 집중 추적 감시하고 규제 방안을 강구하는 책무를 떠맡았다.

미국은 지난 9월 19일 5차 6자회담 공동성명을 북한이 충실히 준수하리라고 믿고 이미 파악한 북한산 수퍼노트 사건 폭로를 일단 보류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나 회담의 열기가 체 식기도 전에 북한은 미국이 경수로를 공급하지 않을 경우 핵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고 우격다짐을 하는 바람에 미국은 일정을 앞당겨 중대 범죄사실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한다.

이에 북한 김정일의 마음이 화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0월말 방북한지 불과 2개월만에 그것도 연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을 서두른 속사정은 뭘까?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마카오은행 조사 결과를 김정일 위원장에 전하며 북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이야기가 화자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의미 심장하기만 하다.

이에 앞서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말 중국을 방문, 선양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났다는 소식 또한 흘러나온다.
 
이 자리에서 김 계관은 금융제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은 6자회담에 절대 응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주장하는 위조달러와 자금세탁 등 북한의 불법행위에 연루 인사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은 북한의 위폐 제조 스캔들은 미국의 사법절차에 따른 엄격한 조치이기에 북한이 6자회담의 성사 여부와 연관짓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북한의 위폐 일명 ‘슈퍼노트’는 국가조폐기관만이 구입 가능한 고가의 요판인쇄기로 만들어진다. © 브레이크뉴스

 
미국 헤리티지 재단 수석연구원 발비나 황은 "북한 위폐문제에서 한국이 미국과 엇박자를 보이면 한미동맹이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이 제시한 증거 이상의 것을 무리하게 요구한다면 과연 동맹국이란 의식이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정서"라고 설명한다.

위폐 문제는 결코 북한과의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 아래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점점 궁지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위폐 문제에 대해 이중적 어정쩡한 모호한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심한 불신감만 키울 것이라는데 절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반인륜적 처사에 민족공조만 되뇌인다면 이만한 비웃음거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의 원만한 공조 하에 김정일에게 위조화폐 제조 유통이 사악한 범죄임을 거듭 일깨워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