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는 2001년 7월까지 \'NATO 대사\'로 재직하면서 나토 동진(東進) 작업을 대범하게 주도.     © 브레이크뉴스

 
◇ 주한 미 대사중 최고의 거물급 부임
 
지난 16일 전문 보석 디자이너 출신 내조자 '리사' 여사와 함께 서울에 부임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신임 주한 미국 대사가 17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크리스토퍼 힐' 前 駐韓 美 대사가 지난 4월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임명된 지 거의 6개월이 경과되어서이다. 미 국무부는 직전 부임지가 러시아 대사인 버시바우를 단수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임 버시바우 대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대사'를 지냈으며 탈냉전 이후의 유럽안보체제와 대량살상무기(WMD) 분야의 전문가다. 따라서 버시바우의 부임은 북핵 문제와 동북아 안보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지대한 관심이 멈추질 않을 것임을 여실히 반영한다. 

주재국으로서는 대사의 격이 높을수록 본국에서 가지는 발언력이 크기 때문에 유독 고위급을 선호한다. 미국 국무부 내에서 러시아 대사는 유엔 대사 다음으로 최고위 서열이다.
 
전통적으로 미 국무부에서는 러시아 전문가들이 고위직을 승계하고 있으며 現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 로버트 졸릭 부장관이 모두 러시아 및 동구 전문가들이다. 이런 인물이 주한 대사로 임명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말한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러 미국대사는 30년 가까이 역대 정권을 거쳐온 직업외교관으로, 능력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스턴 출신인 버시바우 대사는 1974년 예일대학에서 러시아어와 동유럽 문제로 학사학위를, 또 76년에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국제관계 석사학위를 각각 받은 뒤 77년 국무부에 입문한다.

버시바우는  1998년 1월부터 2001년 7월 러시아 대사 부임 전까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로 재직했다. 특히 탈냉전 이후 미국 주도의 나토가 당면한 최대 문제였던 나토 동진(東進) 작업을 대범하게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버시바우는 지난 2001년 6월 브뤼셀에서 유럽안보 강화 등의 논의를 위해 출범한 '러·나토 국방장관급 상설위원회' 창설을 주도한 혁혁한 공로로 인해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으로부터 우수외교관상(Distingished Service Award)을 받았다.

그는 1994∼97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대통령 특별보좌관 겸 유럽담당 선임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나토 확장의 틀을 만들었으며, 옛 유고내전 이후의 지역 내 각종 갈등 문제, 미·유럽관계 등에서도 수완을 발휘해 윌리엄 코언 당시 국방장관으로부터 조지프 J. 크루젤 평화상을 받은 적도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 과정에서 리처드 홀부르크 보스니아 담당 특사의 보좌관으로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한 데이턴 평화협상에 관여했던 전임 주한 美 대사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러시아 미국 대사가 한국대사를 제의 받고 주저할 때 "한국 대사는 다른 어느 자리보다 훨씬 큰 보람을 안겨줄 것"이라며 집요하게 설득, 전세계 주재 미국 대사 중 넘버 2인 거물을 한국에 부임하도록 선의적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 드럼 두드리며 록 밴드에 심취

▲ 나토대사로 재임시 안드라스 시모니(헝가리 주미 대사-左)와 함께 록에 심취

 "록이 내 인생에서 똑같은 영향을 주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철의 커튼을 뚫는 데는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요.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요원들 치고 비틀스 노래 가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버시바우 대사를 위시 가족 모두가 음악 애호가들이며 버시바우 대사는 두 아들과도 재즈 연주에 몰입하곤 한다. 버시바우 대사가 미국을 방문할 때면 종종 밴드가 구성돼 즉흥 연주회를 펼친다. 드럼 실력은 준프로급이라는 평.

그는 러시아에서도 미국독립기념일 행사나 대사관 행사 때면 연주자로 나서 유감없이 연주실력을 발휘해 왔다. 특히 지난 1월 8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외교관들의 '쓰나미 기금 마련 하드 록 연주회'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열정적인 록음악에 맞춰 드럼을 두드려 참석자들의 열렬한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예일대 록 밴드 때부터 드럼에 푹 빠진 버시바우가 외교관 밴드를 구성한 것은 1999년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부대표로 재직할 당시 헝가리측 파트너였던 안드라스 시모니 (주미 대사)를 만나면서부터.

'자발성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고 명명한 이 밴드에는 리드 기타를 맡은 시모니 대사를 비롯해 前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 링컨 브룸필드, 대니얼 포너먼 스카우크로프트 공동대표(前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국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 수식어 배제시킨 일명 쓴소리 대사

버시바우대사는 지난 2001년 7월 러시아 대사로 부임한 뒤 약 4년 동안 재임하며 러시아에 가장 많은 쓴 소리를 한 대사로 통한다. 각국을 대표하는 대사들의 처지에서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직유법적 발언의 제1인자라 할 수 있다.

그는 러시아의 인질극 진압 작전이나 옛 소련 국가에서의 민주화 혁명, 러시아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뼈있는 말에 주저하지 않아 항상 러시아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국제 입양이 불행한 러시아 아동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고아원에서 생활한 러시아 아이들은 대부분 성인이 되더라도 집이 없거나 마약 중독, 수감, 자살로 이어진다고 강조하며.(올 3월 2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인권 토론회)

버시바우 대사는 2004년 11월 7일 모스크바 라디오방송인 에코에 출연, "미국은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스'가 매우 싼값에 팔린다면 러시아에서 개인 소유권이 존중받는다는 신념이 상처받게 될 것임을 명확히 지적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코스 사태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러시아의 매력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는 동일한 견해를 갖고 있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외무부, 국가안보위원회와 긴밀한 협력해 왔다면서 북핵 분야에서 양국 관계는 '경쟁'이 아닌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북핵 문제는 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7월 8일 러시아 라디오 방송인 '에코 모스크바' 단독 인터뷰>

"이라크전의 교훈은 장래 또 다른 무력사용을 피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의 핵확산 문제를 다룰 더 좋은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북한과 이란 핵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형태의 지렛대 개발의 필요성을 촉구하였다.<2003년 3월 러시아 사회과학원 세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