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은 산둥반도와 서해 일대에서 지난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사상 첫 합동 군사훈련 ‘평화의 사명 2005’를 실시하였다. 훈련은 특정국가에서 민족분쟁이 격화되자, 유엔으로부터 평화유지의 권한을 위임받게 된 양국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분쟁을 종식시킨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실행되었다.

양국은 이번 군사훈련이 테러리즘, 극단주의와 분리주의로부터의 잠재적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번 훈련은 우선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된다. 

구소련의 영토였으나 소련이 와해됨에 따라 지정학적 공백지대로 된 중앙아시아에는 미국 등 서방세계가 침투하였다. 서방세계의 침투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적 견지에서 그리고 이 지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 획득을 위한 것이었으며, 이들은 쟁탈전 격화시킴으로써 이 지역을 ‘유라시아의 발칸’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데 이어 중앙아시아에 침투, 미군을 주둔시켰다. 이후 미국은 이 지역국가들의 내정에 개입하여 소위 ‘민주혁명’을 야기, 친러정부를 몰아내고 친미정권을 수립해오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영향력 확대에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 지역에의 미군의 주둔은 러시아에게는 전략적 방어선을 침투당한 것이며, 중국에 대해서는 등뒤에 비수를 들이댄 격이어서, 이번 훈련은 이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중앙아시아 6개국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를 이끌어 오고 있다. 이 기구의 설립목적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공동 대처함으로써 역내분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견제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양국은 이 기구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하여금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참여하는 미군의 기지 사용을 금지토록 했으며, 올해 7월 5일부터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있었던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중앙아시아지역 주둔 미군을 철수하라고 요구하였다.

이처럼 이번 훈련의 주목적이 외견상 중앙아시아지역에서의 만일의 사태에 대응한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 중국측으로서는 이번 훈련이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의 테러와 분리주의를 사전에 방지하고, 대만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이번 훈련에 러시아의 태평양함대와 중국 북해함대, 정예 공수부대와 해병대 등이 참가하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TU-95MS, TU-22M3 전략폭격기와 SU-27SM 최신예 전투기가 동원되고 미사일 훈련이 있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먼저, 대만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훈련은 대만의 분리 독립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중국의 대만통일 과정에 미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앞으로 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되어 대만을 중국 포위망의 축으로 삼을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것은 2004년 미국과 일본이 대만해협을 이른바 공동전략 목표로 설정한 데다가 최근 미국 조야에서 중국 위협론이 제기되면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6월 중순 서해상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부 사막지대로 잠수함발사 미사일 실험을 성공시켜 중국이 서해에서 직접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음을 과시하였다.

게다가 이번의 마지막 3단계 훈련은 가상 적국의 항공모함을 격퇴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를 위해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동원되고, 미사일 발사훈련이 이루어졌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1월 훈련에 참가했던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 중에서 Tu-22M3(백파이어)와 Tu-95MS(베어)를 중국에 판매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중국이 즉각 40기의 백파이어를 구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백파이어는 대만을 직접 공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대지 순항미사일 X-55, X-55SM을 장착하고 있어 유사시 대만을 지원하기 위해 출동하게 될 미국의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핵탄두를 탑재 미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덧붙여 2004년 12월 18일 러시아 정부는 타이완의 독립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다음으로 이번 훈련이 북한 핵문제와 연계되어 있어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협상의 전제조건에서부터 엇갈리고 있어 타협이 거의 불가능하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훈련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한 대미 압력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를 무력을 사용하여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올 6월 30일 중러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도 이 점을 밝히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한은 미일동맹세력에 대한 완충지대로 남아있어야 하며,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자국에까지 재앙을 몰고 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훈련이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을 견제하고, 이에 도전하는 것을 행동으로 분명히 밝힌 것이어서 지정학적 큰 게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동아시아에서 대만문제와 북한 핵문제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고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하며, ‘21세기의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면서 중국의 급속한 군비증강을 경계하고 있는데, 중국이 조만간 동아시아에서 미일동맹에 도전세력으로 등장할 것은 기정사실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중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미국과의 적극적 대결을 회피하고 있지만, 향후 동북아에서의 패권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시키고, 여기에 대만과 한국을 포함시키며, 미군의 재배치를 통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중국은 러시아 및 북한과 동맹체제를 구축하려 하며, 이번 훈련이 이들 간의 3각동맹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한편 일본은 중국과 아시아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에 돌입했으며, 양국은 자원의 보고인 동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사실은 이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으로 하여금 상호 연대해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반대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미사일방어체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미사일 방어체제의 구축에 반대해온 러시아와 중국은 이에 대항하여 군사·기술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한편 러시아는 그간 친서방노선을 취해 왔으나, 2004년 3월 동유럽 7개국을 나토에 가입시키는 등 나토의 동진이 계속되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지원 하에 시민혁명이 우크라이나, 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지역 등 구소련 영토에서 발생하여 이 지역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고 서방세계의 세력권으로 고착시키려는데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물론 러시아가 이번 훈련에 임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대중국 무기수출과 우선적으로 관련되어있다. 러시아는 전체 무기수출액의 50% 정도를 중국에 판매하고 있으며 2004년도에는 약 25억달러의 무기를 수출하였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첨단무기는 판매하지 않았는데, 이번 훈련에 참가했던 최첨단 무기를 판매하기로 발표하였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러시아로부터 최신예 전투기 SU-30MKK 전투기 76대와 SU-27SK 전투기 78대를 각각 구입했다. 앞으로는 TU-22M3, TU-95 등의 전략 폭격기, 최첨단 미사일, 잠수함, 항공모함을 판매할 것을 밝혔고, 일부는 구매계약이 이루어졌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군사협력뿐 아니라, 경제부문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중국이 앞으로 대러시아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최근 에너지 부문에서의 협력에서도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에 사활적 이해가 걸려있다. 중동의 상황이 불안정하고, 말레카 해협의 수송루트가 위협에 노출되어있는 상황에서 그간 중국은 중앙아시아로부터 송유관과 가스관을 부설하여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 노력해왔다.

러시아는 그간 일본루트와 중국루트를 놓고 저울질 해왔으나, 러일간 영토문제가 난항을 거듭하고, 일본의 군국주의화와 미일동맹의 강화 등의 정세변화로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은 타이셰트에서 아무르주의 스코보로지노의 송유관 부설 계획을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러시아는 2008년부터 연간 2000만t의 석유를 중국에 공급하게 된다.

게다가 이르쿠츠크 인근의 코빅틴스크 가스전 개발사업에 있어서도 그간 중국석유공사는 러시아의 유코스사와 협력을 지속해왔는데, 일본으로의 가스관 부설을 제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2008년 이후부터 30여년에 걸쳐 매년 중국에 1400만t의 가스를 수출하게 되며 이르쿠츠크-하얼빈-선양-다롄-서해-한국에 이르는 4238㎞의 가스관을 부설할 계획이다.

이번 훈련에 인도가 참관하였는데, 인도는 중국과 인도양에서 합동훈련을 하자고 제의했으며, 10월에는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한편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의 연례 군사훈련이 치러질 예정이며, 연말에는 미국 일본 대만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러시아-인도의 유라시아 대륙세력과 미국-일본의 해양세력간의 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냉전구조가 조성되어 한반도가 또다시 희생되지 않기우리의 섬세한 전략이 모색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요망된다 할 것이다.   
 
 
 ◇ 강삼구(姜三求) 박사 프로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IMEMO 정치학 박사
전북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
現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 연구위원
現  전북대학교 강사                           
한림대학교 민족통합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주요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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