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5일 밤 노무현 대통령의 KBS '국민과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그의 언변과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과 동시에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운 점은 열정을 가지고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마치 자기가 최고로 중요한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정말 대통령은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설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전달되는 내용들을 보면서 왜 내가 무익한 얘기를 들어야 하는가라는 회의가 생겼다. 그러면서 저 진지한 태도에 국가를 살리는,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들이 전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은 참 알기가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 참여정부를 만든 측근들도 그의 의중을 정확히 집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KBS 토론에서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거나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등의 표현을 또다시 반복하면서 국민들에 대한 투정을 넘어 협박을 해대는 모습을 보였다.

왜 노무현 대통령은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이 어려운 시기에 연정에 매달리는 것일까? 그 측근들도 알기 어려운 이 문제를 본인이 알턱이 없지만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지 않을까?

우선 정치 전략적 측면에서 한나라당과의 연정 제의는 결국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과의 소연정에 이르기 위한 명분쌓기가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는 타당과의 합당이나 심지어는 연정까지도 좋게 보지 않는다.

이런 정치 풍토속에서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 합당이나 연정을 직접 제안한다면 좋은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엉뚱한 제안을 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연정을 택한 것은 아닐까? 

다음으로 국정의 실패를 반분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의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국정에 대한 책임을 한나라당과의 연정으로 어느 정도 무마해 보려는 술책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성격이나 일하는 스타일로 보아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면 퇴임 이후 영남지역에 자신의 비호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연정을 주장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박차고 나가면서 내세운 명분이 민주당은 지역당이라는 이유에서였지만 속내는 영남지역에 근거지를 만들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영남지역에서 몇 석 건짐으로써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연정을 통해 확실하게 소득을 얻고자 할지 모른다.
 
또는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주장함으로써 야당으로 하여금 反노 전선을 구축토록 해 반사이익을 얻고자 함인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강자보다도 약자에 동정적이기 때문에 반노전선 구축은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득을 안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시절 반(反) DJ 연대가 두 번 실패한 사례가 말해주듯이 이제까지 무엇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연대는 성공한 적이 없었다.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의 고백처럼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선거구제를 개편해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전략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지역주의 폐해를 설파했고 일생일대의 사업으로 지역주의 타파를 부르짖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하는 것이 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이점이 있다고 계산했을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고집하는 이유를 심리적 차원에서 찾아볼 수는 없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에이브라함 링컨을 꿈꾼 그가 국민의 30%에 미치는 못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 그래서 평정심을 잃다보니 국민의 의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심리전인가? 선거전날 정몽준씨 집앞에서 문전박대를 받음으로써 엄청난 동정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지금도 국민들의 동정을 얻어 반전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프랑스의 드골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인들이 존경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신임투표를 물어 하야라는 길을 택했다. 드골은 미련 없이 정치를 버림으로써 영원히 살게 되었다. 

끝으로 대통령이 정신적 외상을 입은 것은 아닌가? 탄핵이라고 하는 무서운 충격을 받음으로써 공격적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만약 이런 증세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잘 다스려서  보다 원숙한 대통령으로 거듭 낳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머지 후반부를 잘 마무리하여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 이 상 휘(李 相 輝) 교수 프로필 
 
 現 전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정치학 박사)
 現 사단법인 지역발전연구소 이사장
 現 지역발전아카데미 이사장
 現 동서교류 연합회 전북지부 회장
 전국 주간교수협의회 회장 
 미국 버클리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