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를 한층 심화시킨 주역인 리빈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이임하였다.     © 브레이크뉴스

2001년 9월 부임하여 장팅옌(張庭延) 초대 대사와 우다웨이(武大偉) 現 외교부 부부장에 이어 세 번째로 駐韓 중국대사관을 이끌어 온 리빈(李濱·50) 대사가 4년간의 한국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 19일 이임했다.
 
리 대사는 특유의 사교성과 성실함, 부지런함의 3박자가 어우러진 가운데 한·중 관계를 역대 최고 레벨로 격상시키며 밀월관계를 지속하는데 있어 주도적이고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1992년 수교 당시 50억달러에 불과했던 교역액은 지난 2004년에는 900억달러로 급증했다. 리빈 대사가 부임했던 2001년 한중 무역규모는 367억달러였지만 특히 올해는 당초 목표 연도이었던 2008년보다 무려 3년을 앞당겨 1천억달러 돌파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와 같이 兩國의 경제 관계는 어느새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이 일체화되었다 표현해도 억측이나 부자연스런 언급이 아닐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바, 이 중심에 바로 리빈 대사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통념적 외교관 이미지를 일거에 떨구려는 듯 자기 의견을 당당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어 '솔직하다'는 평을 들어온 리빈 대사는 "역대 모든 한국 대사 중에 최다 강연과 기고 활동을 했던 인물"이라는데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또한 대사 전용차가 일정 주행거리 이상을 달리면 교체를 하는데, 1년만에 그 거리를 채웠다고 한다. 4년여간 주한 대사로 재임하면서 한중 관계의 심화를 위해 불철주야 강행군을 아끼지 않았던 리빈 주한 중국대사의 면면을 알아본다.
 
 
◇ 한국어 능통!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 출신

'韓半島에서만 26년' 리빈 주한 중국대사의 이력을 간단명료하게 제시하는데 있어 최적격의 단문이다. 이는 리빈 대사가 성년 이후 본국인 중국에서 생활한 시간보다 한반도에서 보낸 시간이 더욱 많음을 단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는 셈이다.

1956년 7월 베이징(北京)에서 출생한 리빈은 북한 김일성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평양과 서울에서 번갈아 근무해서인지 한국말이 유창하다. 리빈대사는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국어학원(대학) 부설 베이징 외국어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식으로 하면 외무고시를 치렀다. 겨우 17세 나이에 단지 5명을 선발하는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리빈은 사상 최연소 외교부 직원으로 특채됐다.

중국 외교부 아주국(亞洲局)국과 평양 중국대사관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온 리빈! 리빈은 입사후 얼마 되지 않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1972년부터 1976년까지 김일성대 어문학부 언어학과를 마쳤다. 이후 리빈은 77∼82년과 86∼91년 두 번에 걸쳐 북한의 중국대사관에서 일하는 등 평양에서만 무려 19년을 생활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빈은 한국에 대사로 부임 이전 94년 12월부터 97년까지 2년반 동안 이미 참사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대사로 부임한 2001년 9월부터 28일 모자라는 4년을 근무한 것까지 합산하면 한국에서만 7년을 보낸 셈이니, 리빈을 최상의 한국통이라 호칭한들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대사께서는 생각한 뒤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그대로 한국어가 되어 나온다."는 중국대사관 한 2등 서기관의 코멘트는 리빈이 한국어 구사에 얼마나 능수능란 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리빈 대사가 2001년 9월 서울 부임 직전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오찬에서 농담과 유머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는 완벽한 한국어 구사능력을 입증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리빈의 출중한 한국어 능력이 대사직 직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했는지 두말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리빈 대사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막역한 사이이다. 리빈 대사는 1983년 김 위원장을 중국에 왔을 때 통역을 맡으면서 첫 상면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 후 북한에서 19년을 지내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각별한 시간을 보냈다. 한번은 중국 대사관을 찾아온 김 위원장이 "내가 아는 사람은 리빈 뿐이군"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표하였다 한다.
 
 
◇ 격식 얽매이지 않는 철두철미 실용주의자

우리가 중국에 파견하고 있는 대사직은 차관급인데 비해, 중국은 국장급을 보내고 있어 외교의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리빈 대사는 실용주의적 관점을 철저히 옹호하고 있다. 직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임국의 현안을 얼마나 잘 파악하여 관계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느냐에 더욱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빈대사는 "내가 첫 부임했을 때도 연소하다며 언론에서 일말 우려를 했지만 결론적으로 한중 관계는 엄청 발전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자국 외교 관행의 고충 또한 이렇게 토로한다.

리빈은 중국의 대사직급과 관련하여 "차관급인 1급대사는 국가규정에 따라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러시아·유엔·제네바 등 불과 8개 지역에 국한되고 있으며, 국장급인 2급대사는 한국을 포함해 60여개국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심의관급인 3급대사라고 설명하고 북한은 유독 중국과의 특수성 때문에 차관급이 나가 있다"고 부연한다.

그러나 이런 외교 관례가 예시하듯 중국이 북한 중시에만 얽매여 있었다면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를 능가하고 있는 한국과의 비약적 경제협력은 도무지 엄두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리빈 대사는 작금의 한중 관계에서는 "서로 발전하고 공동의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협력'이라는 두 글자를 연신 강조한다.

현재 중국 측에서 볼 때 한국은 중국의 4번째 수출시장, 3번째 수입시장이다. 또한 한국 측에서 볼 때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투자 대상국이다.

리빈 대사는 지난 7월 2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 포럼 강연에서 "현재 3만여 한국기업이 중국에의 총 투자금액은 270억달러를 넘어섰다. 덧붙여 한국의 중국 무역 흑자는 하루 1억달러에 달할 만큼 중국시장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두 나라 실질적 우호 증진에 지대한 활력이 되고 있는 양국간 경협의 양적 질적 확대를 거듭 강조하였다.

이에 앞선 지난 4월 8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오찬 강연에서 리빈 대사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체결을 앞당기기 위해 우선적으로 한중간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매우 건설적 제안'이라며 적극 협력일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중국과 아세안간 FTA 협정이 발효되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시사적이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 本國에서도 '양국간 심화' 역할에 큰 기대

리빈 대사는 본국으로 귀국 후 중국 외교부에서 아시아지역을 담당하는 아주사(亞洲司) 수석부사장(부국장)으로 영전이 확실시된다. 또한 동시에 북핵전담대사로서 조만간 재개될 4차 6자회담 중국측 차석대표를 맡게 되어 있어, 한국과 맺은 인연의 끈을 계속하여 놓지 않게 된다.

리빈은 활달하고 상대방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때로는 얼굴에 장난끼가 가득하다. 그 스스로도 "나는 원숭이띠인데 중국에서는 원숭이 하면 손오공이다. 그래서인지 장난이 심하고 복숭아를 좋아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이다.,

리빈 대사는 한국 음식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인데, 외국인이 싫어하는 음식 중의 하나인 '청국장'까지 꺼리지 않고 먹는다. 또한 리빈 대사는 담배는 하지 않으나 폭탄주의 지존이기도 하다.

16잔까지 마신 적이 있다며, 상대방이 먼저 쓰러지는 바람에 더 이상 세어보지 못했다 한다. 이런 주량에도 끄덕 없는 비결로 매일 생수를 3병 이상 마시는 것을 들고 있다. 얼마나 근거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하면 폭탄주를 먹어도 술이 세포에 스며들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나.

한국 가요 중 리빈의 애창곡은 '만남'과 '애모'. 취미는 역사책과 소설책 읽기이다. 탁구와 배드민턴, 수영을 즐겨하며, 한국에 대사로 부임한 이후엔 사교를 위해 골프를 배웠다. 3살 아래인 리빈 대사의 부인 천이빙 여사 역시 한국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공교롭게도 곧 부임을 앞두고 있는 신임 주한 중국 대사로 내정된 닝푸쿠이(寧賦魁·50)는 중국측 '북핵대사' 역할을 맡고 있어 서로 역할 교대를 하게 된 것 또한 가볍게 지나칠 수 없게 한다. 더욱이 닝푸쿠이와 리빈은 동갑내기에다가 김일성 종합대 조선어문학부에서 동거동락한 사이이기도 하다.

현재 양국의 왕래 인원만도 하루 1만명에다 중국내 한국 유학생은 4만3천명, 한국내 중국 유학생이 1만명을 넘나들고 있는 만큼, 복잡다단한 한중 관계의 거침없는 진전뿐 아니라 얽히고 설킨 북핵문제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선 본국에서의 리빈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갖게 하는바, 무척 다행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