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 
                                             그대와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산에 언덕이 없어지고,
                                         강물이 말라버리고,
                                       겨울에는 천둥이 치며,
                                       여름에는 눈이 내리고
                                 하늘과 땅이 합쳐진다 하여도 
                                 어찌 감히 그대와 헤어지리요.


                                                上邪! 


                                               上邪!
                              我欲與君相知,  長命無絶衰.
                                         山無陵,  江水爲竭,
                              冬雷震震,  夏雨雪,  天地合,
                                           乃敢與君絶.




이 시는 한나라 때 악부 <饒歌>18곡중 하나로 군중(軍中)에서 군인들이 부르던 사랑을 맹세하는 노래이다. 아마도 중국에서 수많은 사랑에 관한 시들 가운데 남자의 입장에 서서 이토록 간절히 사랑을 갈구한 작품은 참으로 드물 것이다.


한대에는 잦은 전란으로 백성들은 엄청난 삶의 고초를 겪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고역은 전쟁터로 징집되어 적과 싸우는 일이었다. 고향에 늙은 신 부모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만 남겨둔 채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가의 지엄한 명을 받고 전쟁터로 끌려나갔다.
 
그런데 징집된 군인들이 가장 크게 고민했던 점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적들과 싸워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이나 아내들이 혹여 자신이 군대에 있는 동안 마음이 흔들리면 어쩌나 하는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이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어느 광고카피처럼 여자의 마음은 활어처럼 살아 꿈틀거린다. 용광로의 불길처럼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대상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언제라도 사랑을 바꾸거나 지워버리는 다시 말해 변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죽음에 직면해 있는 군인들은 그 변심할 수 있는 사랑하는 여인이나 아내를 절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할 현실적 방안이나 대책이 근본적으로 없다. 따라서 너무 답답하고 불안한 심정을 가눌 길 없기에 중국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하늘’이란 절대자에게 빌고 또 비는 것이다. 자신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죽어도 사랑하는 여인이 죽어도 변심하지 않기를.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여인들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겠지만, 행여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랑하는 여인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거나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더욱 갇혀있는 군인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풀이]
1) 상(上): 하느님.하늘. 
2) 야(邪): 야(耶)와 같은 어조사.
3) 상지(相知): 서로 알고 지내다.
4) 갈(竭): 다하다,물이 마르다.
5) 진진(震震): 천둥소리가 울리는 소리.
6) 우(雨): 비나 눈이 내린다는 동사의 의미.


◆ 송행근박사 프로필
 
現 사단법인 한중연구원 院長
전남대학교 대학원 중문학박사
著書 한문의 즐거움(共著 한울아카데미, 2004) 
레벨업 중국어(共著 예담차이나, 2004) 등 多數
譯書 '이하시선'(李賀詩選, 문자향,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