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그린슈타인 교수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들이 공통으로 지닌 리더십의 주요 요소중의 하나로 정치력을 들고 있다. 여기서 정치력은 대통령이 그의 권한을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음과 동시에 유지하고, 동료 정책결정자 사이에서 기술있고 의지가 확고한 정책운영자로서 명성을 확보할 때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력의 관점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권한을 공격적으로 사용할 줄도 알고 대중의 지지를 모울 줄도 아는 정치인이지만 다만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기술있는 정책 운영자로서의 명성을 얻는데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그가 지니고 있는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을 관철키 위해 필요한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책결정자들의 협조를 구하는데 미숙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줄곧 "경제와 민생이 제대로 되려면 언젠가는 비정상적인 정치구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해 왔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백번 옳다. 정치는 모든 사회문제를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치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경제문제도 제대로 풀 수 없다. 따라서 지역구도를 바탕으로 선 이 나라의 정치구조는 개혁되어야 하며 이 중대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의 절반이라도 내놓을 각오를 내비친 대통령의 결의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와는 달리 대통령의 연정 발언은 동남아를 휩쓸었던 스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왜 그럴까? 대통령의 고백처럼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낮아서 일까? 그의 주장처럼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회와 정부, 여야가 부닥치는 일이 많아 생산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정 이야기를 꺼내면 '야합'이니 '인위적 정계개편'이니 비판부터 하니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매수.협박하고 밀실 야합하는 공작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도 우리의 생각은 옛날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비정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런 주장이 과연 맞는 것일까? 연정은 다당을 가진 내각제하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만 대통령제하에서 드문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연정을 구성하기에 적절한 정치체제라 보기 어렵다. 대통령제하에서는 정책 연합은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국방장관 해임안을 놓고 민노당과 열린 우리당이 공조했던 것처럼 사안에 따라 얼마든지 공조할 수 있는 것인데 부자연스런 연정을 끌어들여 국민을 탓하는 것은 결코 옳은 태도가 아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했던 당정분리에 대해 "질식한 당내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제도화했지만 여당에 대한 지도력을 행사할 지렛대가 없어 힘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우리 국회의원은 당의 통제가 강하고 자유 투표가 불가능해 미국 대통령처럼 개별 의원 설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주장대로 당정 분리 때문에 여당에 대한 통제가 약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 때문에 국정에 차질을 빚을 양이면 당정 분리를 거둬들이면 어떤가? 당정 분리는 대통령 자신이 결정한 사항인데 그것 때문에 국정에 애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연정 발언과 관련하여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그것을 추진하는 절차와 방법에 있다. 연정의 대상은 분명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민노당이 될 것이다. 대연정의 경우에는 한나라다이 첫 번째 대상이며 소연정의 경우에는 민주당과 민노당이 될 것이다. 이들이 연정의 대상이라면 이들을 상대로 공개적인 것보다는 비공개적으로 만나 진지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 일반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 대상과는 사전에 아무 교감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처럼 여야가 만나기만 해도 의심하는 정치 풍토라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은밀한 방법을 택했음직한데 무슨 연유로 인터넷에 올렸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대통령의 원대한 구상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의 행태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싶지만 야당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야당을 만나 대화한다 해서 그것을 이상하게 보는 국민은 드물 것이며 야당의원 자신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자신이 측근들만 감싸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야당의원들도 대통령을 기꺼이 만날 것이며 대통령을 이해하려 들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이다. 그가 남의 탓을 먼저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본인 스스로 책임을 묻는 태도를 지니지 않고서는 위대한 정치인으로 남기가 어려울 것이다. ◆ 이 상 휘(李 相 輝) 교수 프로필
現 전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정치학 박사)
現 사단법인 지역발전연구소 이사장
現 지역발전아카데미 이사장
現 동서교류 연합회 전북지부 회장
전국 주간교수협의회 회장
미국 버클리대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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