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와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간 회담을 통해 이달 25일경 6자회담에 복귀할 것임을 밝혔다. 이제 대형 화재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북-미 관계는 일시적이나마 불씨를 끄는 형국이라 하겠다. 
 
핵무기 보유선언뿐 아니라 핵실험까지 강행하려는 북한의 험악한 강수에 미국이 조만간 응징이라도 할듯하여 바로 몇 일 또는 수주일내에 한반도에

▲북한정권의 필사적 생존을 위해선 적의 설정과 북한군의 불패 신화를 창조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핵무기보유 선언이 자리 잡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근래 급속한 유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6.15 남북 정상 회담 5주년을 평양 행사를 계기로 반전의 조짐이 외형적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현재 북한은 또다시 시간벌기용이라는 강력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 치열한 언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미국도 당분간은 북한을 숨돌림틈도 없는 질식의 상태로 몰아넣을 것 같지는 않다.
 
한반도의 미래는 비핵화의 험난한 고지를 향해 거북이 걸음이나마 걷고 있는 형편일까. 분명 이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국면은 통증을 없에는 것이 아닌 단지 늦추는 진통제 역할수행에 국한된다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극적 결말에 결단코 이르지 않도록 북한의 오판이 절대 수정을 가해도록 관련 당사국은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저간 사정을 되새김질함으로써  행운의 여신이 졸음 운전을 하지 않도록 노심초사의 매사 심정을 유지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북한 핵문제는 의혹과 추정, 불신에 근거하는 게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북한이 핵물질을 10-14kg 정도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나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3년 북한이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선언함으로써, 5-6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25kg 정도의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북한이 핵물질을 핵폭탄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및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보유 여부에 대한 증거도 없다. 북한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미국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주장함으로써 협상의 기본 전제조건조차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간 핵협상에서의 핵심 쟁점은 미국은 북한이 먼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고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이후에 북한의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체제안보를 보장하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이 상반되는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협상이 공전되고 있다. 북한측으로서는 먼저 핵을 폐기하고, IAEA의 준엄한 사찰 -이라크 타입-을 받아들이라는 미국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예가 보여 주었듯이 이러한 사찰이 무력공격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북한은 보기 때문이다.
 
북핵 폐기와 북한 체제보장을 위한 방안 도출을 의제로 하는 6자회담은 지금까지 어떠한 결과도 가져오지 못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주장해 왔으며, 북한은 오직 미국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이해는 미국이 제네바 북미합의에서 벗어나려는 하나의 수단임과 동시에, 다자틀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포기를 압박하려는 도구이며,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핵문제 해결책임을 6자회담에 넘김으로써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측으로는 고강도전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6자회담을 통해 일단 북한과 협상을 추진하되, 시간 끌기와 명분을 쌓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2005년 2월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 6자회담에의 참여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북한은 2004년 10월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발효하자, 이를 북한정권의 와해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2005년 1월 출범한 부시 2기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 고수가 확인되면서 북한 역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핵공격으로 위협하며,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자위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전에도 누차 밝혔었다. 이 점에서 보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거듭  선언이 북한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의 학자들 중에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몸값을 올리기 위한 협상용임과 동시에 체제유지를 위해 북한사회를 동원하고 정권에 대한 충성을 끌어내려는 국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정권은 적을 설정해야만 하고, 북한군의 불패 신화를 창조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핵무기보유 선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핵문제는 주고받는 협상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미북간 일괄타결의 토대위에 다자안전보장, NPT체제 강화라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1992년 북한의 핵안전조치협정에의 서명, 1994년의 제네바협정, 2000년의 북미공동성명 등이 휴지화된 것은 북한 핵문제가 전술적 협상의 차원으로 전락했을 때 나타난 당연한 결과이다.
 
북한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남한의 첨예한 이해가 얽혀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사실상 관여국 모두의 이해를 충족시킬 대안을 찾아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원칙으로 되돌아갈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전적으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그리고 선택 가능한 대안은 무엇보다도 남북한 통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우리의 장기적인 비전에 합치되는 것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우리의 입장이 배제되는 어떠한 결정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미국과 북한이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현실성있는 대안은 6자회담을 다자안보체제로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강삼구(姜三求) 박사 프로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IMEMO 정치학 박사
전북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
現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 연구위원
現  전북대학교 강사                           
한림대학교 민족통합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주요 논문>
북한핵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원칙론적 이해
러시아의 정치적 갈등과 대 한반도 정책의 변화
구소련지역(코카서스 및 중앙아시아)의 민족갈등
독립국가연합(CIS) 남부지역 국가에 러시아 외교정책
러시아의 민족 개념과 대외 정책의 방향
석유보고 카스피해-강대국 새 각축장 外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