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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질서 형성의 대장정에 나서며"
<칼럼> 민주당 국회의원 이낙연 (함평.영광)
이낙연국회의원

 
5‧31 지방선거는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기반이 얼마나 심각하게 황폐해졌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기반이 황폐해지는 사이에 한나라당의 세력이 얼마나 무섭게 팽창했는지도 드러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민주화 세력으로 지칭합니다.

 
민주화 세력은 광역단체장의 18.75%(민주당 12.5%, 열린우리당 6.25%), 기초단체장의 17.0%(민주당 8.7%, 열린우리당 8.3%), 광역의원의 18.0%(민주당 10.9%, 열린우리당 7.1%)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다만 기초의원은 31.4%(열린우리당 21.8%, 민주당 9.6%)를 이겼습니다.

기초의원을 빼면, 민주화 세력은 지방권력의 겨우 18% 선을 차지했습니다. 기초의원을 빼고는, 국회의원 142명의 집권 열린우리당이 11명의 군소야당인 민주당에도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두 정당 사이의 승패를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화 세력이 얻은 18%의 결과는 참담합니다. 훨씬 더 참담한 것은 수도권에서의 완패입니다. 수도권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에서는 열린우리당이 기초단체장 1곳을 이긴 것이 전부입니다. 광역의원에서도 지역구에서는 양당이 전멸했습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광역의원에서 양당이 2.7%(열린우리당 1.9%, 민주당 0.8%)를 차지한 것이 고작입니다. 다만 기초의원에서는 양당이 32.5%(열린우리당 31.0%, 민주당 1.5%)를 얻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완패하다 보니 민주화 세력은 호남에서만 서로 아옹다옹하며 살아남은 꼴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광주 전남북을 포함한 호남 전체에서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호남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호남당도 아닌 전북당, 그것도 ‘반북당’(半北黨)에 그쳤습니다. 전북의 절반밖에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호남당의 굴레를 벗지 못한 것은 주로 분당의 상처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이 ‘반북당’에 그친 것은 그들의 표방이 철저하게 실패했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전국정당화를 표방했고, 그 수단은 탈호남 또는 호남분열이었습니다. 그들은 호남분열에만 성공했습니다.

민주화 세력의 황폐화는 분열과 자멸에 따른 것입니다.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정권의 자멸입니다. 민주당은 왜 분열했으며, 열린우리당 정권은 왜 자멸했는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따지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참상을 낳은 분열과 자멸의 주역들은 반성해야 마땅합니다.

민주화 세력의 처절한 붕괴와 한나라당의 놀라운 팽창은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비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지방권력의 75%(광역단체장 숫자 기준)를 한 정당이 독과점한 것이 바람직할 수는 없습니다.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한 정당이 석권한 것이 정상일 수는 없습니다. 이 불균형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저는 느낍니다.

그런 왜곡을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왜곡을 개선하는 것이 이 시대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대장정에 오르고자 합니다. 지혜와 능력이 모자라지만, 저의 열정을 다하려 합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의 말씀처럼, 민주화 세력은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탄생으로 정치적 보상을 받았다고 저도 판단합니다. 민주화에 동참했다는 경험은 더 이상 훈장일 수 없다는 김의장의 말씀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화 세력이 지금처럼 무참하게 와해해도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주화 세력이 해왔던 일을 총괄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민주화 이후 세대에게 긍정적 자산을 넘겨주어야 합니다. 지금 같은 정치지형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은 그런 과제들을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입니다.

민주화 세력의 황폐화를 치유하고 정치지형의 불균형을 시정하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저는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나 사람들의 통합 플러스 알파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기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질서를 형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통합이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양당의 통합은 쉽지도 않고, 설령 된다고 해도 국민께 큰 감동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통합 플러스 알파는 양당의 통합을 뛰어넘는 것이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통합 플러스 알파를 누구와 하겠다는 말도, 누구와는 하지 않겠다는 말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온건보수와 온건진보 사이의 중도적 정치세력과 정치인, 그리고 정치권 바깥의 사회세력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특히 정치권 바깥의 참신한 전문가들께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 길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특정인을 위한, 또는 특정인에 의한 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물 중심의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국민의 새로운 기대에 맞지도 않고, 따라서 성공하기도 어렵습니다.

누구든 순수한 열정으로 동참했으면 합니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형성하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사적인 욕심으로 그 과정에 동참해서는 그 일을 결코 성공시킬 수 없습니다. 저부터 사욕을 버리고 순백의 열정으로 역사의 책임에 대면하려 합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저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저의 접촉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다른 정당의 분들도, 정치권 바깥의 분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 폭넓은 접촉의 과정에서 저는 지혜를 얻고, 제가 할 수 있는 심부름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이 걸릴 것입니다. 안팎으로 고난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동참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이탈자나 부상자도 꽤 나올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정통성과 이념노선과 당명이 계승된다면 다른 것은 양보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입력: 2006/07/02 [09:26]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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