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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저울과 저울추의 상념
이학수기자
▲ 이학수 광주전남취재본부장   

전남 남녘 해남읍 연동리에 가면 조선시대 가옥인 녹우당이 있다. 바로 고산 윤선도의 가택이다.

 

광해군 8년인 1616년, 조선을 뒤집어 놓을 만한 상소가 승정원에 올라왔다. 당대 최고의 권세가 이이첨의 전횡을 비판하는 상소였다. 이 상소를 올린 사람이 바로 30세의 일개 진사(進士)였던 윤선도였다.

 

상소의 내용인 즉 『신하된 자가 나라의 권세를 혼자 쥐게 되면 자기 복심을 요직에 앉혀 상과 벌을 자기에게서 나오게 합니다. 설령 어진 자가 이렇게 해도 안 될 일인데, 만약 어질지 못한 자가 이와 같다면 어찌 나라가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삼가 보건데 다리와 팔에 비길만한 신하, 귀와 눈을 담당하는 언론 담당 대간, 목구멍과 혀에 해당하는 승지와 홍문관, 지방 향청을 담당하는 풍헌, 사람을 뽑는 이조와 병조의 관원들, 모두 이이첨의 복심이 아닌 자가 없사옵니다. 이렇게 권세를 멋대로 부리는 것이 극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소를 올리는 데는 목숨을 내놓을 만한 용기가 필요하다. 서슬 퍼런 권력 앞에 일개 진사는 파리 목숨이나 다를 바 아니었다. 그래서 윤선도의 기개가 더욱 놀랍다.

 

요즘 광주시장 선거판이 시끄럽다. 강기정 예비후보는 연일 이용섭 후보의 청와대 전력을 문제 삼아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전두환 정권 말기에 비서관도 아닌 4급 행정관(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전두환 비서’라는 풀이로 뒤집어 씌워 사퇴하라고 난리다.

 

강 후보의 학생시절은 독재정권에 항거해 저항했던 뜨거운 가슴을 가졌을 거라 본다. 그 기개로 미 문화원 점거를 통해, 제국주의에 맞설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황을 민주시민은 이해했다.

 

그런 그가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똑같은 기개를 이어갔으면 하고 바랐건만 폭력이라는 이미지로 족쇄가 채워진 게 안타깝다. 본인은 불의에 항거하려는 행동이었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지만 너무 변명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 의원과 주먹다짐을 하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애먼 국회 경위를 폭행했던 장면은 누가 뭐라해도 심히 잘못된 행동이다. 그도 자식을 가진 평범한 아비였을 터다. 국회 경내에 주차된 청와대 차량을 발로 차서 폭행사태를 유발한 원인자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 시대상황도 변하기 마련이다. 강기정 예비후보에게 권한다. 과거의 잣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잣대로 바꿔라. 청년 시절 가졌던 기개를 국가와 민족을 위한 거대한 담론으로 승화시켜라. 4급 행정관을 저울판에 올려놓고 자신이 저울추인냥 재단하는 속 좁은 기개는 버려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보내는 고언이다.

 


 
기사입력: 2018/04/17 [09:53]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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