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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내막
송봉근 교수의 한방 클리닉 '황률'
신장과 위장기능 회복에 제격 '껍질은 피부병 호전'
송봉근칼럼니스트
가을이 깊어 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도 이제 서서히 붉은 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들판에 벼도 누렇게 익어가고 감나무의 감도 빨갛게 익었다. 병원 진료실 창 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기슭의 밤나무에도 밤송이가 벌어지고 있다.

환자 몇몇은 매일 밤송이 주우러 다니는 것이 일인가 보다. 오늘도 한 봉지 가득 담아 온 밤을 자랑한다. 병원 소유의 산에서 나온 밤을 주었으니 법적으로 소유권의 반은 병원에 있는 것일 게고 그래서 반절씩 나누자고 했더니 소리 높여 웃는다.

웃는 환자 분들의 모습에서 갑자기 할머님을 생각한다. 사실 할머님하고 오래 같이 산 기억은 없다. 아버님이 둘째여서 할머님께서는 항상 큰집에만 계셨다. 어릴 적 할머님은 가끔 우리 집에 들리면 어린 동생들을 잠재우며 자장가를 불러 주셨다.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아기 검둥개도 짖지 말고 꼬꼬 닭도 우지마라..... 쌍동밤을 주어다가 하나는 누구 주고 또 하나는 누구 주고 나머지는 아껴둬서 살강 밑에 두었더니 부엌 속의 쥐란 놈이 들며 나며 다 먹는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대충 이런 자장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할머님의 자장가에 반복되는 밤 이야기는 때로는 깊은 밤 출출함을 달래주기도 하였고 또 때로는 단 맛 나는 밤 생각에 가뜩이나 출출해진 배를 더욱 허전하게 만들곤 했었다. 그럴 때 화롯불에 구워 주던 밤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하였다.

그리고 이제 밤은 늦가을이 되면서 군밤이 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아빠의 어린 시절 이런 기억을 알 턱이 없는 아이들은 그저 고소한 밤 맛을 즐기고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지만 아빠는 다시 제사상에 놓일 밤을 깎으면서 이미 고인이 되신 두 분을 생각하게 된다.

밤은 참나무과의 밤나무 (Castanea crenata)의 껍질을 벗긴 열매를 말한다. 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식품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한의학에서는 밤을 잘 말린 것을 건율 또는 황률이나 율자라 하며 한약재로 사용한다.

한의학적으로 밤은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위를 튼튼히 하며 장기능을 돕는 작용을 한다. 한의학에서 신장은 소변을 배출하고 정력을 강화하는 기능 외에도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을 하며 노화와도 관계가 깊다.


▲ 동의보감에 보면 밤은 기를 돕고 배가 고프지 않도록 하는 과일 중에서 가장 좋은 과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신장이 허약하면 노화가 빨리 되면서 허리가 약해지고 다리가 힘이 없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오래 된 한의서에는 사람이 허리나 다리가 약해지면 밤을 여러 되 먹으면 좋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위 기능이 떨어져서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도 밤은 효과가 좋다. 다만 삶거나 찐 밤은 기를 막히게 하여 체하게 할 수 있다고 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보통 한의학에서 밤은 바람에 말린 것이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말한다. 실제로 말리면 당도가 더 높아진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보면 밤은 기를 돕고 배가 고프지 않도록 하는 과일 중에서 가장 좋은 과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밤은 뜨거운 불에 묻어 진이 나게 구워 먹어야 좋다고 말한다. 생밤은 기를 동하게 하고 속까지 너무 익히면 기가 막히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밤에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우선 당분과 탄수화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칼슘과 단백질 그리고 비타민이 많아서 발육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C도 많아서 피부를 깨끗하고 탄력 있게 만든다. 피로회복이나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숙취에도 밤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비타민 B2도 밤에는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몸이 비만하고 살이 잘 찌는 체질인 사람에게 성인병을 예방하고 비만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잘 알려진 태음조위탕에는 밤이 주약으로 들어가게 된다.

최근에는 밤이 인체의 면역 능력을 높이고 혈관을 튼튼히 하며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밤 껍질은 요즘 위암에 해당하는 반위나 당뇨 증상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밤 송이 가시를 다린 물은 단독 같은 피부병에 쓰인다. 또 밤 껍질 안쪽의 거친 부분은 목 안에 걸린 고기 가시를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밤꽃은 임파선이 붓는 증상에 좋고 밤나무 껍질은 피부병에 좋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는 주로 열매를 약용으로 사용하지만 서양에서는 잎을 주로 민간요법에 사용한다.

밤 잎을 다린 물은 백일해나 기관지염 등으로 인한 기침에 효과적이다. 밤 잎이나 밤나무 껍질을 다리면 목 안이 아플 때 여러 번 헹구면 된다. 설사에도 좋다. 류마티스관절염이나 요통이나 관절통에도 잎을 다려 마시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밤은 맛만 좋을 뿐 아니라 열매에서 잎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약효를 지녀 쓰임새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복분자를 따려면 가시에 찔리기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소한 밤 한 톨 얻기 위해 가시에 찔리는 것은 다반사이리라. 하지만 손 바닥위에 놓여진 갈색으로 반짝이던 밤 한 톨에 희열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으리라. 그러고 보면 세상일이란 어려움을 겪어야 즐거움이 얻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송봉근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기사입력: 2007/10/29 [00:24]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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