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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내막
송봉근 교수의 한방클리닉 '황기'
위장 기능 활성화 탁월…신장기능 회복도 월등
송봉근칼럼니스트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아무래도 황기 넣고 닭 한 마리 잡아야겠다’ 어느 해 여름이던가 지독한 감기몸살로 먹지도 못하고 며칠인가를 끙끙 앓고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애꿎은 닭 한 마리는 이내 솥에 넣고 고아졌고 기름기도 몇 방울 떠있던 뽀얗게 우러난 진한 국물이 상 앞에 놓였다.

단숨에 국물과 보기 좋게 놓인 닭다리를 뜯고 인삼 잔뿌리처럼 생긴 나무도 씹었다. 부드러운 인삼과는 달리 딱딱한 가지에서는 약간 단 맛이 우러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이 놀던 동네로 뛰어 나갈 수 있었다. 

대개 한약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인삼이나 대추 그리고 감초 정도는 잘 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한약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황기라든지 당귀나 숙지황 정도의 한약재 이름을 떠올릴 줄 안다. 그렇듯 황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한약재이다. 여름철이면 국민 건강보양식이 된 삼계탕에 반드시 들어가는 약재 중의 하나도 바로 황기이다.

황기(Astragalus membranaceus)는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을 말한다. 콩과 식물이 그렇듯이 여름이 되면 꽃대가 나오고 노란 꽃이 핀 다음 타원형의 꼬투리를 맺는다. 그리고 땅 속으로 곧게 뻗은 뿌리를 말린 것을 한의학에서는 약용으로 사용한다.

황기 뿌리는 노란 색을 띄며 대개 모래가 섞인 땅에서 밑으로 곧게 자란다. 흙 속을 뚫고 수 십 센티미터에서 길게는 거의 1미터가 될 정도로 자란다. 다른 약초나 풀의 뿌리가 옆으로 벋는 것과는 다르다.

밑으로 곧게 뻗은 뿌리를 통하여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영양분을 빨아 올려 줄기와 잎으로 올려 보내 열매를 맺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황기는 기운을 끌어 올리는 특징이 있다.

▲  황기는 여름이 되면 꽃대가 나오고 노란 꽃이 핀 다음 타원형의 꼬투리를 맺는다.

기운이 없어서 어지럽거나 밥맛이 없고 땅으로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사용을 고려하는 약이다. 인삼과 더불어 기운을 보하는 가장 대표적인 약이기도 하다.

그래서 몸이 허해져서 기운을 보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처방인 십전대보탕에서 주약으로 황기가 사용된다. 특히 황기는 위장의 기능을 도와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위장 기능이 약하여 얼굴색이 나지 않고 얼굴빛이 희거나 황색을 띠면서 손발에 힘이 없고 나른하며 대변이 묽은 증상에 사용된다. 나아가서는 기운이 떨어져서 위하수나 탈항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도 활용된다. 위장을 보하면서 기운을 돋우는 처방인 보중익기탕에서 가장 큰 용량으로 사용되는 약재도 바로 황기이다.

황기는 또한 피부의 기운이 떨어져서 모공이 열려 땀이 많이 나는 것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여름 더운 날씨에 지쳐 식은땀을 흘리고 기운이 없어 나른하고 밥맛도 떨어졌을 때 황기는 자주 이용된다. 삼계탕에 빠지지 않고 황기가 들어가는 것도 바로 이 약효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중국의 고사에 의하면 중국 당나라에서 태후가 깊은 병에 걸려 식사도 몇 날을 거른 채 비 오듯 땀을 쏟고 기운이 없어지면서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약을 먹이려 해도 입을 벌리지 않아 물 한 방을 조차 마시게 할 수 없었다. 의원은 태후의 침상 밑에서 황기를 다리도록 하였다.

황기 다리자 온 방안이 탕관에서 나온 김과 냄새로 가득 찼다. 희미하게나마 숨을 쉬게 되던 태후는 서서히 황기의 향과 냄새를 코와 피부를 통하여 맡게 되었다. 얼마 후 태후는 비 오듯 흐르던 땀을 멈추고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황기는 기운을 보하면서 몸이 지쳐 땀이 과도하게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황기는 상처에 새 살을 빨리 돋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몸의 부기를 없애 주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신장염으로 몸이 붓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황기는 사구체의 파괴를 막는 효능을 지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최근 연구를 보면 황기는 여러 가지 효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황기는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높여 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황기에 들어 있는 다당류 성분은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의 크기를 늘리고 대식세포의 수를 많게 하고 세균 탐식 작용을 증강시킨다.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의 능력도 향상시킨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도 가진다. 만성 간염 환자에 투여하면 간세포를 보호하고 혈청 간수치를 낮게 하며 알부민의 수치를 높여준다. 그래서 간염이나 간질환의 치료에 효과가 아주 많이 있다는 보고가 많이 되고 있다. 또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옥병풍산이라고 하는 대표적인 감기 예방약의 주약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황기는 당뇨에 대한 치료 작용도 있어 혈당을 낮춰준다. 혈압도 낮추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뇌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황기는 최근 뇌혈관질환이나 후유증으로 손발이 마비된 증상의 치료에 자주 활용된다. 관상동맥증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 황기는 상처에 새살을 빨리 돋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부기를 없애 주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정자의 활동성을 높여주거나 전립선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중국에서는 노화를 막아주는 약재중의 하나로 평가하기도 한다. 또 항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재로 추천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효능을 높이고자 중국 등에서는 황기를 다려 주사액으로 만들어 처방하기도 한다. 농도가 높아진 황기 주사액은 면역 저하로 발생하는 만성간염의 치료에 탁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혈소판감소성자반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중풍으로 인한 마비환자에게 황기 주사액으로 치료하였더니 효과가 매우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을 다양하게 제재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한의사에게 법적으로 어려운 일이 된 것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아무튼 황기는 이처럼 여러 가지 질병의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부작용은 크게 보고되지 않는 좋은 약재이다. 옛 문헌을 보면 땀을 흘리지 않게 하고 새 살이 돕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황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기운을 돕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한번 불에 볶아서 사용하도록 말하고 있다.

앞으로 과거의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연구를 계속하면 황기의 효능이 더욱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약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다시 한 번 노력을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 송봉근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기사입력: 2007/10/15 [22:50]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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